우리 집에 책상이 참 많다.
이사가기 전에 5개였다.
예전에 친한 형이 외국 가면서 내한테 주고 간 책상이랑
결혼할 때 부장님이 사준 책상이랑
스탠딩워크에 빠져 있을 때 또 부장님이 사준 사무실에 쓰던 책상이랑
집사람 졸라서 산 책상이랑
내돈내산은 없긴 하다만 책상만 많다.
장모님께서 미싱을 배우신다면서
안그래도 책상이 너무 많아서 호시탐탐 처분을 노리고 있던 집사람이
책상 하나를 장모님 드리자고 해서 넘겼다.
남은 책상들로 아이들과 내가 쓰고 있는데,
기존 책상들이 너무 오피스 느낌이라서 아이들 책상은 나름 학생용으로 집사람이 바꾸고 싶어했다.
물론 아이들도 원하긴 했다. (이놈들은 즈그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그런갑다 하니까...)
그래서 당근에서 잠복해서 책상 2개를 수배했다.
외삼촌 1톤을 빌려서 후배랑 같이 일요일에 두바리 했다.
사람들 마음이 다 다른가보다..
나는 누군가가 내가 쓴 물건을 가지고 간다면....
깨끗하게 닦아서 보내는데
이건 뭐 개판오분전이다. 둘다 말이다.
인상 졸라 기리고 있으니...
옆에 후배가..
"아... 이건 너무 심한데.. 사진하고 다르잖아요... 좀 닦아두기나 하시지... 시원하게 만원 빼주이소."
그래서 만원 깎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둘다 말이다.
집사람은 좋아한다.
2만원이나 아꼈다고. ㅋㅋㅋ
하기사 시간 많고 돈 없는 내 입장에서는 만원 깎고 내가 닦는게 남는 장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근 하시는 분들은 보낼 때 머문 흔적이라도 좀 없애고 보냅시다.
후배는 또 집사람 찬양을 시작한다.
"히야. 형수가 말이지. 완전 세련된 도시여자에 돈도 많은데,
이런 것들 아끼고 하는 모습에서 나는 오늘도 형수를 더 존경하게 되었다."
그건 맞긴하다.
내 용돈을 좀 올려주면 나는 집사람을 좀 더 존경할지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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